지난 11월부터 시작한 우리의 해외살이에 얼마전 본격적으로 합류한 우리의 가장을 옆에서 매일 보면서 여유로움이 만드는 불안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쿠칭살이 가장의 경제 고민 |
작년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해외살이를 계획하고 아이를 국제학교에 입학시켰다. 처음에는 셋이 함께하는 해외살이를 계회했지만 비자문제로 1년에 180일 이상 머물 수 없어 비자런이 필요했다. 혼자 다른 나라에 있기보다는 한국을 오가기로 했다.
여러 번 한국을 오가면서 입국이 어려울까봐 걱정을 하기도 하고 짐을 챙길때마다 무게를 신경쓰고 비행기를 경유하면서 국제미아가 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써야했다. 그렇게 함께 머물지 않고 한국을 오가는 것이 피곤했지만 제 3자의 입장으로 보면 한국에서 한달살이 해외에서 한달살이를 하는 셈이니 적응해서 반복된 일상이 지루할만 하면 떠나기 때문에 항상 새롭고 여행자의 느낌으로 지내고 있으니 좋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한달살이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해외살이에 정착하고 싶으나 비자가 아직 안 나와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니 한달살이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없었던 것 같다.
해외에 있을 때 한국음식을 그리워하지 말고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음식을 질리도록 먹고 한국을 마음껏 즐기고 해외살이를 할 때는 이곳의 문화와 음식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물가가 너무 치솟아 집밥위주로 생활했다. 해외살이를 하며 그런 소식을 접하는 나로서는 강한 호응을 할 순 없었지만 우리의 가장인 그는 그랬다. 그런 그를 보면서 나는 아이 방학때 한국에 가면 해외살이에서 먹기 어려운 한국음식을 매일 찾아서 먹어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었다. 아이도 방학에 한국에 가면 꽃게장을 먹겠다고 계획해놨다.
Reservoir Park, Kuching |
그는 해외살이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 빨리 가고 싶다 그곳의 날씨와 음식들도 생각난다고 여러번 말하곤 했다. 지난달에 다시 우리 해외살이에 합류한 그는 너무 좋아했다. 혼자 지내던 시간이 힘들었기에 가족과의 상봉을 가장 좋아했고 이곳의 날씨, 여유로운 생활, 자유로움 등이 너무나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해외살이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렇게 여유롭게 지내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다. 나는 그에게 일년은 아무것도 하지말라고 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더 불안해했다. 정년 퇴직한 아버지가 아무것도 안하게 되니 자신에게 회의를 느끼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해외살이를 하기위해 수동적 소득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우리가 서울에서 살던 집을 월세로 임대주면서 월세를 생활비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곳의 월세와 생활비가 서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일년동안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생활이 어려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는 경제적 활동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더 여유로울 수 있을텐데, 월세 계약기간이 끝날 때 새로운 사람을 못 구하면 어쩌나, 월세가 낮아지진 않을까, 집값이 떨어지면 어쩌나 등등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부터 자신의 여유로움을 부정하는 생각까지 많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걱정이 올라올 때 마다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걱정과 불안을 덜 수 있는 것 같다.
다행히도 그의 걱정이 끊임없이 계속 이어지진 않았다. 월세수입으로도 충분한 생활을 할 수 있는데 나의 욕심이겠지? 하고 스스로 깨닫기도 했다. 그동안 못해본 아이의 학교다니는 모습을 옆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소중함을 깨닫기도 했다. 인간이기에 걱정이 올라오기도 하고 다시 자신의 욕심에 의한 걱정이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조금씩 깨닫는 횟수가 늘어난다면 덜 불안하고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를 사는 방법
우리의 해외살이는 아이의 등하교를 함께 하면서 아이와의 유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이나 과외를 하지 않는 아이는 학교에 다녀온 후 간식을 먹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이야기한다. 일주일에 두세번은 아이와 함께 수영을 한다. 하루 한끼는 현지 맛집을 찾아 먹고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계획을 짜고 공원이나 도서관을 가기도 하며 주말을 즐긴다.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것이 우리가 현재를 사는 방법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다시 오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지금 이 시간을 마음 가득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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