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 접촉사고 합의하는 이유 |
해외살이 중 접촉사고가 발생하면 무척 당황스럽다. 자동차를 구매하면 자동차 보험에 가입은 하지만 자동차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데 대인에 대한 부분이 적거나 빼고 가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페글들을 보면 접촉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당사자간에 합의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보험으로 처리할 경우엔 경찰서에 리포터를 작성하러 가야한다고 한다. 막상 접촉사고가 발생해서 보험처리를 하고보니 왜 합의로 해결하는 일이 많은지 깨닫게 되었다.
아이 등교길에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뒷차의 실수로 범퍼와 트렁크문이 찌그려 졌지만 다행히 다친사람은 없었다.
상대방이 자신의 실수를 바로 인정하고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아침 출근시간이라 바쁘니 서로의 연락처만 주고 받고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손이 떨려 서로의 연락처를 저장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갑작스런 일에 당황했다.
헤어지고 아이를 등교시킨 후 집에 오니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는 현실이 자각되었다. 무엇을 어찌 해야할 지 걱정도 되고 갑자기 사고난 일이 원망스러웠지만 일단 침대에 누워서 안정을 찾기로 했다. 힘든일이 갑자기 닥쳤을 때 바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심호흡과 함께 안정을 취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에 좋은 방법 같다.
얼마전 읽었던 김혜남의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에서 최악의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 인가는 나의 선택이라고 했던 부분이 생각난다. 사고현장에서부터 상대방이 실수를 인정했지만 자동차 수리 견적을 받고 보험처리를 하게 되면 경찰리포트를 작성하고, 자동차를 수리하고, 차가 수리되는 동안 차 없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짜증이 나는 일이었지만 짜증을 낸다고 해서 달라 지거나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고 짜증내지 말고 일을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견적이 많이 나와 보험처리를 하게 되었다. 보험처리를 하려면 경찰리포트를 작성해야 한다. 경찰리포트를 통해 자잘못을 판단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보험처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경찰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토요일 아침부터 경찰서를 가게 되었다. 한국의 자동차 보험처럼 번거로운 처리를 보험에서 도맡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때 알게 되었다.
상대방도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지만 짜증내거나 화내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을 했고 내가 갑자기 전화로 경찰서로 와달라고 요청한 현지의 지인도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와서 도움을 주었다. 자동차 수리를 해야하지만 다친사람도 없고 해외살이를 하면서 하나의 경험을 더 쌓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접촉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어떻게 사고처리를 하게 되는지 배우게 되었다. 자동차 운전에 더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나의 선택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다.
경찰리포트를 작성하면 하루 이틀 후 결과리포트를 받을 수 있다. 상대방의 실수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보험가입증명서와 결과리포트를 서비스 센터에 제출하면 보험처리로 자동차를 수리받게 된다. 보험사에서 현장으로 와서 모든 일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받던 것과 달리 내가 경찰서에 가야하고 리포트를 작성하고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겨야하는 등 보험처리 과정을 내가 여러곳을 방문해야했다.
Betterment fee |
보험처리 과정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5년 이상의 중고차에 대해서는 내가 수리비의 15~40%를 부담해야하는 Betterment fee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뒤늦게 알게된 Betterment fee가 상당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했지만 일단 경찰리포트를 작성했기 때문에 보험처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뒤늦게 현지인의 조언을 들었는데 경찰리포터를 작성하기 전에 Betterment fee에 대한 부담을 상대방과 의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리포터를 작성하고 나면 모든 것이 보험정책대로 처리되기 때문에 Betterment fee를 내가 부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낯선 정책으로 당황했지만 일주일 내내 수소문한 끝에 공식서비스센터가 아니지만 Betterment fee를 부담하지 않고 수리할 수 있는 곳을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상대방의 잘못이었는데도 이렇게 어렵게 보험처리를 하고 나니 누군가 해외살이 중 접촉사고가 난다면 합의로 해결하는 게 낫다고 말해주고 싶다.
해외살이 중 갑작스러운 자동차 접촉사고는 충분히 당황스럽고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해결책이 있고 나는 힘든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내 선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이번 사건에서 나의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한순간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힘든 상황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주인공이 되어 내 삶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챙김에 도움이 되었던 이전 작성글인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을 함께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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