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1

마흔이라면 꼭 배워야 할 운동은 수영이다.

내가 수영을 못한게 아빠의 과잉보호탓?

나는 서른이 될 때까지 수영을 못했다. 어릴 때 바닷가에서 자랐는데 동네의 다른 어린이들은 수영을 체계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바다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빠는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고 자유롭게 수영하고 놀게 하지 않았다. 나는 커서 아빠의 과잉보호 때문에 우리 남매가 수영을 못한다고 장난스레 말하곤 한다. 바다는 물론 위험한 곳이다. 내가 자란 바닷가 마을의 누군가도 바다에 빠져 사망한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바다에서 놀 때 항상 아빠가 와서 지켜주고 위험하지 않게 놀 수 있게 해줬던 건 감사한 일이다. 부모가 된 나도 아이에게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빠는 바닷가에서 자라고 바다에서 평생을 일 하셨지만 수영을 못하신다. 나는 바다가 위험한 곳이라고 멀리하기 보다는 삶의 터전인 바다에서 평생을 사실 거라면 수영을 연습하시고 더 안전하게 만일의 위험에 대비하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수영을 배우고 연습한다.

두통을 안겨준 수영강습

나이 서른 즈음에 다니던 회사는 동호회 활동을 적극 지원해줬는데 새로 생긴 스킨스쿠버동호회에 가입했다. 수영을 할 수 없어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가입했지만 수영을 못하는 나는 버디에게 나의 생명을 백 퍼센트 의지해야만 했다. 스쿠버다이빙은 일정한 자격이 되지 않는 한 항상 버디와 함께 다녀야하고 수신호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서로의 안전을 공유한다. 내가 버디에게 의존해서 약간의 바닷 속 세상을 체험할 동안 수영을 잘하는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보고 자유롭고 즐거워 보였다. 동해바다와 제주도 바닷 속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했는데 바다 위 세상만 알던 나에게 바닷 속 세상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자금을 모아 동남아로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가자는 계획을 하기도 했다. 

그 당시 스쿠버다이빙에 빠져있었던 나는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려면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퇴근후 저녁시간에 수영강습을 등록했다. 강습을 등록하고 수영을 배운지 이주차에 호흡이 잘 안되서 무리해서 호흡을 참고 레일끝까지 갔더니 머리가 아파왔다. 밖으로 나와서 앉아서 쉬어봤지만 머리는 더 아팠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차례 구토를 했다. 응급실을 갔지만 응급환자들이 너무 많아 내발로 걸어온나는 다시 응급실을 걸어나와 집으로 갔고 다음날 병원을 가서 검사를 했다. 머리에 이상은 없는 걸로 나왔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진통제를 한달치처방받았다. 한달넘게 진통제를 복용하며 나을지 의문인 시간을 보냈지만 마침내 두통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 수영을 배우러 가진 않았다.머리가 아플 때 검사를 한다고 머리 아픈 원인을 찾기가 쉽지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머리가 심하게 아프더라도 검사결과는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머리가 아픈 나로써는 무엇때문에 아픈지 알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알려진 검사에서 정상이라니 큰 병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갖을 수있었다. 

신혼여행에서의 깨달음

그렇게 수영을 잊고 지냈는데 다시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것은 몇년 후 결혼하고 천예의 자연 속으로 떠난 신혼여행에서였다. 평균 해발고도가 2.5m인 나라 지구 온난화로 매년 해수면이 상승해서 50년이 지나면 완전히 지구상에서 사라질 지도 모를 나라, 몰디브.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가보자는 마음으로 신혼여행지를 몰디브로 정했는데 깨끗한 바다와 많은 열대야들이 가득한 바닷속을 체험하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부부는 둘다 수영을 못했지만 나는 물에 대한 공포는 덜한 편이라 스노클링은 잘 즐길 수 있었으나 물을 무서워하는 신랑은 구명조끼를 입고 하는 스노클링도 겁을 먹고 즐기지 못하고 돌아왔다. 조금있으면 가라앉을지 모를 천예의 자연을 눈앞에 두고도 즐길 수 없는 부부라니 너무 아쉬운 신혼여행이었다.

 수영하는 사람들

나보다 회사가 가까웠던 신랑은 먼저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음을 정하기가 어려워 처음 강습을 등록하기까지 몇달을 보냈지만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자 수영의 재미에 푹 빠졌다. 틈나는 대로 유투브로 수영 강습을 찾아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수영 이론 등을 찾아보며 수영을 더 잘하고 싶어했다. 그렇게 수영을 꾸준히 배우더니 여행을 갈때마다 수영실력을 뽐내곤 했다.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니 물에 대한 공포도 사라져 수영장이나 바다 여행을 갔을 때 훨씬 잘 즐기게 되었다.

2년 후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간 후 드디어 나에게도 퇴근 후 수영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수영강습을 받으며 예전처럼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몇달 수영을 배우다가 임신으로 수영강습을 중단해야 했고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느라 다시 수영을 배우기는 어려웠다. 5년 후 사정상 회사를 그만 두고 나니 드디어 아이가 유치원 간 오전 시간에 수영을 배울 수 있었다.

수영장의 오전 강습은 엄마들의 수영강습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엄마들이 오전 9시와 10시 타임의 수영강습을 많이 하고 있었다. 맞벌이만 하던 나에게는 신기하고 낯선 세상이었다. 그때부터 낯선세상에 발을 담그며 나도 아이를 등원시키고 수영강습을 받았다. 신랑이 처음 수영을 배울때 수영 이야기만 했던 것처럼 함께 수영하는 사람들은 만나면 수영 이야기만 했다.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타인의 눈으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해주면서 수영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부모라면 수영을 배우세요

세월호 이후 몇년전부터 초등학교에 생존수영수업이 생겼다고 들었을 때 우리 아이에게도 수영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수영강습을 보낼 계획을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수영강습을 등록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사계절 수영을 할 수 있는 따뜻한 나라에서 해외살이를 시작했고 수영장이 딸려 있는 콘도에서 거주하며 일주일에 두세번은 수영을 하고 있다. 나는 수영을 배운 적 없는 아이에게 직접 수영 강습을 한다. 내가 잘 안되던 포인트와 노하우를 함께 이야기 해주며 강습해주니 아이는 수영을 빠르게 터득했다. 내 아이에게 내가 직접 수영강습을 해줄 수 있으니 수영을 배운 보람을 느낀다. 서른 살의 두통에 대한 트라우마에 갖혀 수영을 배울 생각을 안했다면 지금의 생활과 보람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주위의 다른 부모 중엔 아이는 수영강습을 보내지만 수영을 못하는 부모도 있다. 아이에게 강습과 별도로 시간을 내서 수영을 하라고 하면 혼자서 수영을 하겠다는 아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수영강습 날에만 수영을 하게 된다. 만약 부모가 같이 수영을 하자고 하면 더 수영을 하는 횟수가 늘고 그 시간은 수영을 즐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강습 받은 것을 자유수영을 하면서 연습을 할 때 수영실력이 빠르게 느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독서지도를 할 때 아이에게 책을 읽어라고 하기보다는 책을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줄 때 자연스럽게 아이가 책과 친해지고 독서를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수영도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을 공유한다면 우리 가족처럼 수영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수영고수가 말해준 생명을 살린 한마디

고모부부는 수영을 수십년동안 하셨는데 특히 고모부는 바다수영에도 능숙하셔서 어릴 때 깊은 바다에서 수영을 보여주고 물과 친해질 수 있게 장난도 치고 수영을 배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가라앉을까봐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사람 몸이 물에 뜨는 비결을 말씀해 주셨다. 그 비결은 숨을 참으면 몸이 뜬다는 것이다. 어느날 엄마가 배에서 일 하시다 바다에 빠졌는데 고모부의 말씀이 갑자기 생각나서 숨을 참았더니 몸이 떠서 사람들이 구해줬다고 하셨다. 아찔하고 무서운 순간에 고모부의 말씀이 생각난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물에 빠진 사람은 살기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그러면서 몸안의 공기가 빠져나가고 물에 가라앉게 된다. 하지만 물에 빠졌을 때 숨을 참고 몸에 힘을 빼고 있으면 우리 몸안의 공기 때문에 물에 뜨게 된다. 수영장 바닥에 앉아 있기가 어려운 이유는 우리 몸안에 공기가 우리를 뜨게 만들기 때문이다.

앤띵

나이들어서도 수영을 배워야하는 이유는 유산소 운동이면서 가장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전신 운동이 바로 수영이기 때문이다. 특히 폐활량이 늘어나 심폐기능이 좋아지고 몸의 균형 또한 좋아지는 운동이다. 나이가 들면 관절이 아프고 관절에 무리가는 운동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수영장에 가보면 할머니들도 수영강습과 아크아로빅강습을 많이 받고 있었다. 수영강습시간에 보면 할머니들은 자세는 멋지지 않지만 수영으로 열바퀴를 가뿐하게 돈다. 수영을 하신지 아주 오래되셔서 몸에 힘이 빠져있고 수영이 몸에 배여있기 때문이다.

디스크와 협착증으로 고생하던 엄마에게 수영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수영강습을 등록하긴 했지만 수영을 배우긴 어려워 보였다. 나이가 많으신 엄마는 조금 하시다가 어려워서 못하겠다를 반복 하셨고 몇달이 지나도 자유형이 쉽지 않았다. 배형과 평형 기술도 배웠지만 몸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수십년을 수영을 하셨던 고모는 엄마처럼 디스크나 관절로 고생 하시지않는다. 엄마도 조금 더 젊었을 때 수영을 배웠다면 디스크와 협착증으로 고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디스크와 협착증으로 고생할 때 수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까움이 크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 살아야한다. 몸에 무리가지 않는 운동은 돌이 지나면서 배운 걷기와 수영이라고 생각한다. 물에 대한 두려움도 클 뿐만 아니라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니 수영을 배우기가 어렵다. 어릴 때 배우는 게 가장 좋겠지만 아직 수영을 배우지 않았다면 오늘이라도 수영강습을 등록해서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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