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4

시골학교로 전학가기로 했어요

시골학교 전학결심

초등학교 2학년 가을 어느날, 코로나를 피해 3학년부터 시골학교에 다니기로 결정했다. 

외할머니댁에서 자주 방학을 보냈는데 초등학교를 지날 때마다 아이에게 엄마가 다녔던 초등학교라고 말해주곤 했는데, 어느 날 엄마가 다닌 초등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가 여러번 이야기를 하길래 진심인지 궁금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시골학교에 다니겠다는 마음은 커져가길래 왜 시골학교에 가고 싶은지 물어보니 현관을 나가면서 쓰는 마스크를 벗고 시골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시골학교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하긴 하지만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적어서 시골길과 바닷가에서는 마스크 없이 다녀도 사람을 마주치기가 어렵다. 마을길과 바닷가를 온전히 우리만 다니고 놀고 할 수 있다. 코로나 2년째로 마스크를 쓰고 학교와 태권도를 다니던 아이 입에서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고 하니 당장 시골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보다도 더 기본인 공기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고 있지 않은가.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큰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실행하기 어려운 일도 아닌데 반대하고 싶지 않았다. 

시골학교에 대해 알아보다

시골에 황토방이 있어서 거기에서 살면 되겠다 싶어 시골학교로 전학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시골초등학교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시골학교가 어떤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골학교는 전교생이 50명 정도였다. 영어 원어민 선생님이 있었고, 승마체험도 할 수 있었다. 방과후활동을 매일 전교생이 참여했고 다양한 체험학습이 많았다. 여러 마을을 도는 통학버스을 타고 등하교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어릴 적에는 한번에 40명이 넘었는데 이제 10명도 안된다니 기분이 좀 그랬다. 그래도 인원이 적으니 다같이 놀 수 있고 선생님과의 상호 작용도 잘되고 토론식 수업처럼 개개인에게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을 것 같았다. 아침 8시 20분에 등교해서 매일 방과후활동을 두 세가지 하고 4시 40분에 하교한다니 나의 시간도 여유로워질 것 같았다. 시골 마을마다 한두명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동네친구가 없어서 좀 아쉽지만 4시 반까지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함께 놀면 되겠다 싶었다. 

서울생활 마무리

태권도 2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 2월에 심사가 있어서 2월 2품 심사까지 마칠 수 있었기 때문에 2품에서 태권도는 그만 하기로 했다. 8개월정도 배운 바이올린이 아쉬워서 줌수업처럼 비대면으로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비대면으로 배우기는 힘들것 같았다. 시골에선 학교에서 배우는 것 이외의 것을 배우기가 어렵다. 30분 이상을 자동차로 가야 시내에 있는 학원을 다닐 수 있다. 시골학교에서 방과후로 여러가지를 배우니 태권도와 바이올린을 계속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하고 그동안 배운 내용을 복습하며 배운 것을 잊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황토방에 이사한 날 태권도 발차기

전입신고와 전학신청서

2월 말에 황토방으로 이사를 하고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러 갔다. 전입신고를 하면서 학교에 전학을 왔다고 하고 받은 전학신청서를 챙겨서 학교를 방문하니 아이가 다닐 반을 돌아볼 수 있었다. 골격은 예전 그대로인데 페인트가 알록달록 예쁘게 칠해져있었고 교실이 깔끔하게 현대식으로 인테리어 되어있었다. 내가 다닌 학교에 내 아이가 다닌다니 내가 더 설레이는 것 같다.

엄마가 다녔던 시골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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